의외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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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박물관 (The British Museum) "문화는 권력이자 국력이다"
'The British Museum'을 대영박물관이라고도 많이 칭하지만, 대영박물관은 일본을 통해 들어온 번역어이고 'The British Museum'을 직역하면 영국 박물관이니, "영국 박물관"으로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입장해 문닫기 전에 나온, 아주 긴 관람을 한 영국 박물관 🏛️이름은 '영국 박물관'이지만, 왜이렇게 다른 나라 문화 유적의 보물들이 많을까? 그건, 19세기 대영제국이 힘 없는 나라들의 유물들을 약탈했기 때문. 하지만, 영국박물관의 출발은 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한스 슬론 경(Sir Hans Sloane)의 수집품 기증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슬론은 평생 수집한 7만 1000점을 1753년 조지 2세에게 넘겼고, 왕은 그 대가로 슬론의 상..
2025.05.01 17:00 -
사진, 일상과 예술의 경계
전통적 회화가 거대한 이야기나 상징적 주제를 다뤄왔다면 동시대(同時代, 같은 시대) 회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일상성’이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이미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며 ‘지금’, ‘여기’를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가장 인기 있는 화가이자 20세기 최고의 구상미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1937~)는 가볍고 개인적인 이야기, 일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소재들을 찾아내어 그림으로 그린다. 20세기 독일의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 Joseph Beuys(1921-1986)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확장적 개념을 제시하였다. 청소도 예술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
2025.01.08 12:23 -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
2018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방문하였을 당시, 나무 판넬에 자개 장식으로 만든 독특한 그림이 인상 깊었다.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김덕용의 작품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한국적 정체성으로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좋은 선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덕용 작가가 ‘한국적인 것’으로 미술시장의 사랑을 받는 중견작가라면, 문성식은 ‘드로잉과 회화’로 젊은 나이에 권위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다. 이 두 작가를 통해 미술대학 졸업 이후 중견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국제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의 경로를 살펴보려고 한다. 김덕용은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지만, 먹과 붓, 화선지 대신 목판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았다. 작가는 직접 수집한 견고한 나무를 깎고 문지르고 다..
2025.01.05 13:04 -
조지시걸, 홀로코스트를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마주하다
화이트 큐브 미술관 짙은 파란색 바닥 위 사람 모형의 하얀 석고 더미가 널브러져 있고 그들을 뒤로한 채, 날카로운 철조망을 움켜준 한 남자가 관람객을 마주하고 있다. 관람객은 철조망을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하는데, 이는 마치 강제 수용소를 연상시켜 그들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나타낸다. 널브러진 10개의 석고 더미는 머리를 맞댄 채 시계의 시침, 분침처럼 다리를 뻗고 있으며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되었다. 그들은 모두 알몸으로 무참하게 겹겹이 쌓여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에 사과를 들고 있거나 팔을 뻗은 채 고통스러운 몸짓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에 서 있는 남자는 시체들과 달리 옷을 입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로 작품 구도의 긴장감을 더한다. 처음 를 마주하면 인물의 독특한 배열과 형태에 주..
2025.01.04 14:00 -
피터 도이그 (Peter Doig) 물감을 캔버스에 담그다
이미지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그런 이미지가 갖는 고유한 속성 때문에 오랫동안 회화라는 장르가 유지되었고 역사 속에 기록될 수 있었다. 속성 자체가 다른 언어와 이미지가 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마르셀 뒤샹을 필두로 개념미술이 등장하면서 작품 속 작가가 의도한 확고한 주제와 메시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미술 감상의 방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개념미술이 한창 유행하고 있던 1960~70년대, 피터 도이그는 100호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풍경화를 그렸는데, 풍경 속에는 캐나다의 눈 덮인 풍경, 트리니다드의 열대 풍광, 런던의 어느 거리, 도시의 변경 등 자신이 경험한 공간이 담겨 있다. ..
2025.01.03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