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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

작품 & 작가 분석

by sukimin 2025. 1. 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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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방문하였을 당시, 나무 판넬에 자개 장식으로 만든 독특한 그림이 인상 깊었다.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김덕용의 작품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한국적 정체성으로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좋은 선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덕용 작가가 ‘한국적인 것’으로 미술시장의 사랑을 받는 중견작가라면, 문성식은 ‘드로잉과 회화’로 젊은 나이에 권위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다. 이 두 작가를 통해 미술대학 졸업 이후 중견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국제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의 경로를 살펴보려고 한다.


김덕용 작가 (사진 출처: 월간 중앙)

 김덕용은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지만, 먹과 붓, 화선지 대신 목판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았다. 작가는 직접 수집한 견고한 나무를 깎고 문지르고 다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런 다음 재료 본연의 결을 살려 채색하고, 자개와 단청 등 다양한 공예 기술을 접목한다. "자개의 매력은 화려하면서도 잔잔하고, 진주처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개 작업이 들어가는 부분에 배채법을 활용한다. 이 동양화 기법으로 화면 뒷면을 채색하여 은은하게 비치게 하는데, 이는 나무와 함께 오랜 시간 이어온 자개 작업을 한층 더 영롱하게 빛나게 한다.

 목판 위 은은하게 빛나는 김덕용 작품 속 대상에는 작가 자신의 아련한 향수가 깃들어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 기와집, 세월이 스며든 이불과 책들의 풍경, 한복을 입은 여인, 피리를 부는 소년, 반듯하게 개어진 이불, 나직한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턴테이블과 같은 고전적 소재들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다. 이는 감상자로 하여금 작가와 같은 시공간 속으로 이끌며,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잠든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전통을 고수하던 한국 화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던 시기에,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작가는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튀어 올랐고 ‘옛것’을 끄집어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은 홍콩 크리스티 등 경매시장에서 인정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문성식 작가와 부산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사진 출처: vogue korea)

 문성식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한 이후, 감성적이고 사실적인 회화를 선보여왔다. 그의 작품은 세상과 그 안을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관심, 애정,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자연과 인간 세계가 무질서하게 뒤섞인 현실을 포착하는 것이 그의 작품 의도다. 작가가 보고 경험한 세상의 기록으로서 시대의 공기와 감성, 다양한 인간사의 스펙트럼을 담아내는 것이 그의 주요 과제이며 작품 속에는 절묘한 유머와 위트가 깃들어 있다.


김덕용 (1961~ )

(좌)김덕용, <차경-해암정> 180×240cm, 나무위에 혼합매체, 2017 (우) 김덕용, <달을 품다> 2009, 나무에 단청기법, 120x120cm
(좌) 김덕용, <자운영>, 160.5×159.5cm, 나무위에 혼합매체, 2012

 한국화를 전공한 김덕용은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을 재해석하는 기획전과 단체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2000년대 국내 아트페어의 활성화와 함께 미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작가의 경력 발전에 핵심이 된 개인전은 1972년 괴테연구소를 시작으로 약 2년마다 준비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종로구의 이화익 갤러리와 갤러리 현대에서 지속적으로 전시를 이어갔다.

 2001년에 개관한 이화익 갤러리는 신진부터 중견까지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외 미술 시장에 소개해왔다. 아트 마이애미(ART MIAMI), 아부다비 아트페어(ABU DHABI ART) 등 주요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김덕용은 이화익 갤러리의 전속 작가는 아니었으나, 200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이화익 갤러리는 김덕용의 <차경-해암정>(2017), <자운영>(2012)을 포함한 6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ART SEOUL)에 지속적으로 그의 작품을 출품했다. 또한 크리스티(Christie's), 소더비(Sotherby's) 등 해외 유명 경매를 통해 작가의 국제적 입지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갤러리 현대는 1970년 '현대화랑'으로 출발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백남준,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들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전시를 열어왔다. 국내외에서 한국 작가들을 알리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해온 이곳에서 김덕용은 2009년과 2012년에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주로 선보이는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는 단체전의 형태로 참여했다.

 이 외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갤러리조은 개관전에서 미발표작 12점과 신작 소품 8점을 선보였고,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는 시공간을 주제로 자개로 표현한 바다 풍경 신작 20여 점을 공개했다.

 

문성식 (1980 ~ )

문성식, <직사각형정원> 112×324cm, 캔버스에 아크릴, 2004

 1980년 경북 김천 출생인 문성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을 앞둔 2005년, 25세의 나이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학 4학년 때부터 3~4년간 정원의 초록색 나무를 그려온 그는 학교 드로잉 전시 중 당시 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였던 김선정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직사각형정원>(2004) 작품을 통해 이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 2006년 키미아트에서 첫 개인전을,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으며, 독일의 보홈미술관, 교토아트센터, 프라하비엔날레 4 등의 국제적인 미술 행사와 원&제이 갤러리, 소마미술관 등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2011년 국내 최대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에서 <풍경의 초상> 대규모 개인전을 열면서, 대학 4학년 때부터 이어오던 정원의 초록색 나무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하여 2007년부터 세필화 기법으로 그린 드로잉과 회화 50여 점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좌) 문성식, <길고양이 Stray Cat> 2017, oil on canvas, 14x215cm, (우) 문성식, <어미와 새끼 Mother and Her Child> 2017, gesso and pencil on canvas, 23x31cm
(좌) 문성식, <노래 Song> 2017, mixed media on canvas, 36x25.8cm, (우) 문성식, <슬픔 Sadness>, 2017, gesso and pencil on canvas, 27x25.5cm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덕용과 국제적인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문성식의 이력을 살펴보면, 두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갤러리 전시 기회를 얻거나 미술계 인사에게 발굴되어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옳다고 믿는 미술 가치관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덕용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문성식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미디어아트가 새로운 경향으로 주목받던 때에 드로잉을 선택했다. 이는 일종의 역발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고유한 작업세계를 구축하였다.

 

 

참고자료 

1 http://galleryjoeun.com/캔버스-대신-나무-위에-그림을-그리는-결이-흐르는-공

2 http://galleryjoeun.com/김덕용-작가-나무에-그리는-결이-흐르는-공간전

http://www.kimduckyong.com 

4 https://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303100010

5 http://www.leehwaikgallery.com/about

6 https://www.kukjegallery.com/db_img/mediaCoverage/mc_풍경의_초상展_여는_문성식_a037599e36.pdf

7 https://www.vogue.co.kr/2022/01/12/문성식-그리워서-그리는-화가/  

8 https://www.kukjegallery.com/exhibitions/view?seq=221

9. https://www.m-joong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3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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